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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연기, 유해진, 사극)

by 라루루 2026.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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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

저도 처음엔 '또 사극인가' 싶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극장가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고, 웬만하면 OTT로 기다렸다가 보는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2026년 한국 극장가를 구원할 천만 후보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본 시사회에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뜨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박지훈의 눈빛 연기와 유해진의 절규, 그리고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박지훈 연기, 눈빛만으로 단종을 살려낸 배우

많은 분들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계실 텐데, 저는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은 대사가 거의 없는 장면에서도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캐릭터였습니다. 여기서 '비언어적 연기(Non-verbal Acting)'란 대사 없이 표정, 눈빛, 몸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 기법을 의미합니다. 박지훈은 이 기법을 통해 열 살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숙부에게 배신당한 단종의 절망을 고스란히 표현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 계유정난 직후 유배지로 떠나는 장면에서, 단종이 궁궐을 떠나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의 눈빛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았던 관객도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죠. 일반적으로 아역 배우나 신인 배우는 감정선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박지훈은 오히려 절제된 연기로 더 큰 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평론가들은 박지훈의 연기를 두고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메소드 연기란 배우가 실제로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체험하며 역할에 몰입하는 연기 방식입니다. 박지훈은 촬영 전 단종의 실록과 역사 자료를 깊이 연구했고, 실제 영월 유배지를 방문하며 캐릭터를 체화했다고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저는 이런 배우의 진정성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박지훈은 이전 작품 <약한 영웅>에서도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당시 600만 관객을 동원한 <사도>의 유아인처럼, 절망적인 왕자를 표현하는 데 있어 박지훈만의 색깔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제가 직접 두 영화를 비교해 봤는데, 유아인이 광기와 절망을 폭발적으로 표현했다면, 박지훈은 침묵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유해진과 유지태, 베테랑 배우들이 완성한 사극의 무게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단종의 비극만 다룬 작품이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영화 초중반부는 거의 코미디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쾌했습니다. 유배지를 관리하는 촌장 엄흥도 역할을 맡은 유해진은 영월 청룡포를 유배지로 만들기 위해 다른 마을 촌장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설정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유해진의 캐릭터는 '실리주의자(Pragmatist)'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리주의자란 이상이나 원칙보다 실제 이익과 현실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엄흥도는 처음엔 단종을 유배지로 받아들여 마을에 이익을 가져오려는 속셈이었지만, 점차 단종과 교감하며 변화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큰 감동을 주는 법인데, 유해진은 그 전환점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며 절규하는 장면은 극장 전체를 울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조선 세조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을 내렸지만, 엄흥도는 목숨을 걸고 장례를 치러줬습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 역사적 사실을 유해진의 연기로 보니,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반면 빌런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는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습니다. 일반적으로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알려져 체구가 작고 지략가 이미지가 강한데, 이 영화에서는 거구의 무장처럼 묘사됩니다. 저는 처음엔 이 설정이 역사 왜곡 아닌가 싶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수양대군(세조)의 부재를 한명회 캐릭터로 채우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명회의 캐릭터는 '권모술수(Machiavellianism)'의 상징입니다. 권모술수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기술을 의미합니다. 유지태는 이를 단순히 머리로만 표현하지 않고, 물리적 위압감과 결합시켜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만의 창의적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제 영월 대자연에서 촬영한 압도적인 비주얼
  • 사육신 처형 장면으로 시작하는 무거운 도입부
  • 금성대군(이준혁)의 역모 사건을 통해 세조의 잔혹함을 간접적으로 표현

솔직히 저는 사극 영화가 극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한국 영화 관객수 1위가 1,700만 명을 돌파한 <명량>이고,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관상> 같은 사극들이 모두 상위권에 있다는 사실을 보면, 웰메이드 사극은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배우 중심의 감정 전달력으로 이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서사의 완성도보다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역사적 팩트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 관객을 '조선 시대 백성'처럼 몰입시키는 힘,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극장을 나서면서도 박지훈의 눈빛이 계속 떠올랐고, 유해진의 절규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작품, 그것이 바로 진짜 좋은 영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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